미술

아그네스여, 나 그대를 사랑하노라 / 하이네

창포49 2018. 1. 28. 21:02

              


아그네스여, 나 그대를 사랑하노라 저녁이 되어 어둠이 찾아 드니 바다는 더한층 거세게 파도 쳤다 바닷가에 앉아 하얗게 부숴지는 파도의 춤을 바라보며 내 가슴은 바다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때 그대를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에 사로잡혔다 아름다운 모습 그대의 모습은 내 주위에서 맴돌고 어디에서나 나를 부른다 세찬 바람 속에서도 거친 파도 속에서도 내 가슴의 한숨 속에서도 어디에서나... 어디에서나... 나는 가느다란 갈대를 꺾어 모래 위에 썼다 "아그네스여, 나 그대를 사랑하노라" 하지만 심술궂은 파도가 이 달콤한 고백 위를 덮쳐가며 흔적도 없이 지워버렸다 약한 갈대여 먼지처럼 흩어지는 모래여 사라지는 파도여 난 이제 너희를 믿지 않으리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내 마음은 더욱 날뛴다 이제 나 저 노르웨이의 숲에서 가장 크고 푸른 전나무를 찾아 그 뿌리채 뽑아 저 애트나의 불타오르는 샛빨간 분화구에 담갔다가 그 불이 붙은 거대한 붓으로 나 저 어두운 하늘을 바탕삼아 쓰겠노라 "아그네스여, 나 그대를 사랑하노라"고 이렇게 하면 저녁마다 하늘에는 영겁의 필적이 타올라 뒤에 오는 후손들은 모두 즐거운 소리를 지르며 하늘에 쓰인 말을 읽으리라 "아그네스여, 나 그대를 사랑하노라" 하이네 詩 --. touch my soul / frank duv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