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 용혜원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이 가을이
떠나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떠나고 싶습니다
삶이 빈
껍질처럼 느껴져
쓸쓸해진
고독에서 벗어나
그대를
사랑하고 싶습니다
그리움으로
피멍이 들었던 마음도
훌훌
벗어던지고
투명한
하늘빛 아래
넋 잃은
듯 취하고 싶습니다
간들거리며
불어오는 바람에
몸부림치도록 고통스럽던 마음을
하나도 남김없이
날려 보내고 싶습니다
늘 비질하듯 쓸려나가는 시간 속에
피곤도
한구석으로 몰아넣고
한가롭게
쉬고 싶습니다
머무르고 싶은 곳
머무르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랑에
나도 물들고 싶습니다
내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곱게 물든 낙엽들이
온몸을
투신하는 이 가을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God Bless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