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6월의 시 / 김남조
6월의 시 / 김남조
어쩌면 미소짓는 물여물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
잔물결 큰 물결의
출렁이는 바단가도 싶고
은물결 금물결의
강물인가도 싶어
보리가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
6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
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6월 /황금찬
6월은
녹색 분말을 뿌리며
하늘 날개를 타고 왔으니
맑은 아침
뜰 앞에 날아와 앉은
산새 한 마리
낭랑한 목소리
신록에 젖었다
허공으로 날개 치듯 뿜어 올리는 분수
풀잎에 맺힌 물방울에서도
6월의 하늘을 본다
신록은
꽃보다 아름다워라
마음에 하늘을 담고
푸름의 파도를 걷는다
창을 열면
6월은 액자 속의 그림이 되어
벽 저만한 위치에
바람 없이 걸려있다
지금은 이 하늘에
6월에 가져온 풍경화를
나는 이만한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다
6월이 오면 /로버트 S. 브리지스
6월이 오면, 나는 온 종일
사랑하는 이와 향긋한 건초 속에 앉아
미풍 부는 하늘 높은 곳 흰 구름이 지은
햇빛 찬란한 궁전들을 바라보리라
그녀는 노래하고, 난 그녀 위해 노래 만들고
하루 종일 아름다운 시 읽는다네
건초더미 우리 집에 남몰래 누워있으면
아, 인생은 아름다워라 6월이 오면
6월/오세영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 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
눈먼 나는 아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막힐 듯, 숨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6월의 숲에는 / 이해인
초록의 희망을 이고
숲으로 들어가면
뻐꾹새
새 모습은 아니 보이고
노래 먼저 들려오네
아카시아꽃
꽃 모습은 아니 보이고
향기 먼저 날아오네
나의 사랑도 그렇게
모습은 아니 보이고
늘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네
눈부신 초록의
노래처럼
향기처럼
나도
새로이 태어나네
6월의 숲에 서면
더 멀리 나를 보내기 위해
더 가까이 나를 부르는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