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73. 아름다운 마을 - 우앙(Oingt)의 저녁, 아침 - 36일 간의 프랑스 여행
73. 아름다운 마을 - 우앙(Oingt)의 저녁, 아침 - 36일 간의 프랑스 여행
우앙(Oingt).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에 들어 있는 마을이다.
마지막 샹브르도뜨에서의 숙박이다.
리용에서 약 35Km 떨어진 곳인데
보졸레(Beaujolais)지방에 속한 땅이다.
해마다 포도 수확 이후 가장 먼저 만든 포도주인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로 인해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진 지역이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 리용 근처에서 적당한 샹브르도뜨를 찾다 보니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으면서 적당한 구경거리도 있는
이곳 우앙이 눈에 띄었다.
일단은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 리스트에 올라 있는 곳이니
기본적으로 검증이 된 곳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잘 들르는 곳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이곳에 대한 여행기가 실린 블로그도 볼 수 있었다.
일단 예약된 민박집을 찾았다.
우앙 마을에서 몇 백미터 떨어진, 농가가 따로 몇 채 있는 곳.
민박집 여주인이 우리를 기다리다가 맞는다.
그런데 영어가 거의 안되어 의사소통이 원활치 못하다.
영어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매우 미안해 한다.
그리고 매우 수줍어한다.
그래도 이래 저래 서로의 뜻은 통한다.
이 민박집도 한국인으로서는 우리가 처음이란다.
한국에서 예약할 때부터 저녁 식사인 따블르도뜨는
제공하지 않는다고 했다.
저녁 식사할 좋은 식당을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식당 명함을 한 장 주면서 아주 좋은 식당이라고 한다.
가격을 물으니 이래저래 30~35유로 정도 될 거라고 한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애시당초 잡은 예산은
평균으로 아침 10유로, 점심 15유로, 저녁 25유로로 잡았다.
그런데 다니다 보니 이걸 절약할 수 있는 요령도 생겼다.
사실 음식 양이 많은 나도 하루 세 끼 다 먹게 되니
매 끼니의 양을 조금씩 줄일 필요가 있었다.
풀코스로 먹었다가는 먹는데 드는 시간도 아깝거니와
배가 그득해서 '별로'다.
그리고 양이 적은 나머지 일행은 기본적으로
프랑스 식당의 음식량이 많다.
그래서 처음 하루 이틀을 빼고는 주로 서로 다른 플라(메인 디쉬)나
앙트레(전채)를 각각 시켜서 나눠 먹곤 해 왔다.
프랑스에 와서 느긋하게 식도락을 즐기지 않으려면
뭐하러 프랑스에 갔냐고 할 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애시당초 이번 여행을 계획했던 나의 목적은
될 수 있는 대로 눈으로 보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었기에
그에 대한 미련은 별로 없다.
그래도 거의 모든 프랑스 식당은 아무리 시골이라도
기본적으로 수준이 있어서
나의 경우 음식으로 실망한 경우는 오히려 스시집 등이고
프랑스 음식에서 실망한 것은 두 세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우앙 마을에 들어갔다.
마을 입구에 주차장이 보여서 주차를 했다.
6월의 낮은 길기도 하다.
저녁 8시가 지났는데 아직 대낮같다.
우앙 마을로 들어가는 문이다.
받은 명함의 약도를 보니 저 마을 가운데 있다.
어떤 블로그에서 읽은 글이 기억난다.
민박집에서 소개한 식당이 너무 비싸서 마을 가운데 있던
다른 곳을 찾았는데 대만족이었다는 내용이었다.
사진을 본 기억이 있었으므로 찾아보기로 했다.
마을 정문의 맞은 편에도 식당이 하나 있다.
손님들도 제법 있다.
마을 안으로 들어선다.
그 식당을 찾긴 찾았는데 오늘은 영업을 안하나 보다.
문이 닫혀 있다.
그래서 새로 식당을 찾을 것 없이 조금 전에 봤던
식당으로 가자는데 의견이 모야졌다.
그렇게 해서 짧은 시간, 마을 안쪽 일부만 돌아보고
도로 입구로 나왔다.
바로 이 식당이다.
친절한 종업원, 맛있는 음식...
그런데 옆 테이블에 젊은 프랑스 부부가 돌쯤된 아기를
유모차에 눕히고 식사를 하는데
이 아기가 짜증이 나는지 소리를 지른다.
우리가 누군가.
한참 13개월 된 외손자와 거의 매일 놀다시피하던 우리다.
애 보는데 반 프로가 된 실력을 보여준다.
아내가 아기를 얼르니 아기가 방긋방긋 웃는다.
부모가 되게 신기해한다.
아내와 아기가 금세 친해진다.
아기는 계속 방긋거리다가 깔깔 웃기도 한다.
부모가 정말 되게 신기해 한다.
이 부모가 영어를 잘 못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여러 번 듣는다.
이제 거의 4주를 못 본 외손자가 보고 싶다.
지금은 14개월이 되었는데 얼마나 더 귀여움을 떨까?
재롱을 더 부리고 재주가 더 늘었을까?
음식점은 잘 택했다.
값도 그리 비싸지 않다.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서빙하는
통통한 아가씨 때문에 기분도 좋다.
음식에 대한 설명도, 영어도 아주 만족스럽다.
음식 추천도 해준다.
제법 많은 손님이 있는데 혼자서 모두 책임을 지면서도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다.
내 얼굴의 웃음은 상대방의 마음을 즐겁게 만든다.
웃음은 상대방에 대한 최고의 선물이다.
왜 이 아가씨 사진이라도 한 장 남겨 놓지 못했는지...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아내가 옆에 와서 선다.
아기 이야기, 친절한 종업원에 대해서 썼냔다.
"물론이지!!". 내 대답이다.
식당에서 나오니 서쪽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내일도 날씨가 좋을 것이라는 징조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것이 풍경의 특징이다.
이젠 어두워져 가는 식당..
만족스러우니 그 건물이 그 건물인데 더 멋있게 보인다.
방으로 들어가기 전 민박 집 뒤에 있는 포도밭으로 가본다.
해가 졌는데도 해를 등지니 잔광은 남아서
그런대로 우앙의 전경이 아름답다.
아마 포도농사에 필요한 장비인가보다.
가운데쯤 창문이 열린 방이 우리 방이다.
6월 10일(금) 아침이 밝았다.
어제 다 못본 우앙을 나는 봐야 한다.
모두들 깨기 전에 혼자 세수하고 면도하고 민박집을 나섰다.
짧은 거리지만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차를 끌고 간다.
어제 저녁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던 식당.
마을 정문인 니지문(Porte Nyzy)에 붙은 팻말을 본다.
윗 부분만 보면
여기서 '마르게리트 드 우앙'이 나고 자랐다고 되어 있다.
1310년의 일이니 우리네 고려시대의 이야기이다.
그 성을 따서 이 곳의 이름이 우앙인지,
여기에 살았기 때문에 우앙의 마르게리트라고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어제 저녁의 석양보다 훨씬 맑고 강렬한 아침 햇살을 받은
돌집들은 누런 황금빛을 띤다.
아무도 없는 골목을 이곳 저곳 다니노라면
내가 이 마을의 성주라도 된 기분이 든다.
마을 제일 꼭대기까지 왔다.
오른 쪽이 성 마태성당(L'église Saint Matthieu).
교회 전체를 보기가 어렵다.
아침 일찍이라서 아직 문은 잠겨 있다.
그러나 거기에서 보는 보졸레 지역의 낮은 산지와 포도밭들...
아름다운 풍경에, 시원한 새벽의 공기와 따사로운 햇빛.
눈에 싱그럽다.
성의 돈존(Donjon)
겨우 성당의 뒷쪽에서 전경을 잡아 본다.
그리 크지 않다...
아니 이 작은 마을에 큰 성당이 필요할 리가 없다.
아침 햇살을 받은 꽃들이 눈부시게 빛난다.
이제 드디어 라벤다가 피기 시작하나 보다.
그리고...
짧은 한 시간 여의 마을 산책을 마치고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잠깐 어제 밤에 봤던 풍경을 다시 본다.
비행운이 길게 직선을 그리며 아침 하늘을 가른다.
이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방에는 보졸레 지역의 지도가 걸려 있다.
아래 중앙쯤 우앙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포도 열매는 아직도 애기다.
짐을 싸서 내려왔더니 안주인이 잠깐 시간을 주면 보여줄 것이 있단다.
그러자고 했더니 바로 옆에 있는 이 문 앞에서 기다리란다.
조금 있다가 문이 열리고...
캄캄하던 곳이 밝아졌다.
바로 이 집도 본업이 포도 농사이자 포도주를 생산하는 것이었다.
니콜 기야르 부인(Mme.Nicole Guillard)
조용조용하고 수줍어하는 듯하던 부인이
자기네 와인 자랑은 꽤 열심히 한다.
아내가 파리에 가서 마지막 페어웰 파티를 할 때 쓰자고
와인 두 병을 샀다. 값은 무척 싸다.
공중에 종이학이 달려 있고...
차를 타러 마당으로 갔더니 잠깐 이걸 보란다.
우편함을 연다.
그 순간 무엇인지 푸드득 날아 오른다.
놀랍게도 그 안에 새가
보금자리를 만들어 알을 낳아 놓았다.
안주인이 민박집 명함을 여러 장 쥐어 주면서
한국에 돌아가거든 선전을 해달란다.
그래서 내가 여행기를 쓸텐데 그때 하겠노라고,
굳이 명함이 없더라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글로써 최소한 그녀와의 약속은 지킨 셈이다.
아래 링크를 누르면 이 민박집 예약페이지로 들어간다.
2인 1일 60유로(2person/room 60 euro/night)
아침식사 포함(petit déjeuner compris)
Mme.& M Nicole & Roger Guillard & M.
Chambre d'hote, Guillard,
69620 Saint-Laurent-d'Oingt
e-mail : roger.guillard@numericable.com
http://www.france-voyage.com/chambres-hotes/chambre-saint-laurent-d-oingt-80682.htm
계속합니다.
다음 블로그 '옛정자 그늘.'
http://blog.daum.net/oldpavilion
파빌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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