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추 - 고 정희
회임할 수 없는 것들이여
이 세상의 고통에 닿지 못하리니
열매 맺지 못하는 사과나무여
사랑의 도끼에 찍혀 불구덩이에 던져지리니
♣ 입추 - 유 치환
이제 가을은 머언 콩밭짬에 오다
콩밭 너머 하늘이 한걸음 물러 푸르르고
푸른 콩닢에 어쩌지 못할 노오란 바람이 일다
쨍이 한 마리 바라멩 흘러흘러 지붕 너머로 가고
땅에 그림자 모두 다소곤히 근심에 어리이다
밤이면 슬기론 제비의 하마 치울 꿈자리 내 맘에 스미고
내 마음 이미 모든 것을 잃을 예비 되었노니
가을은 이제 머언 콩밭짬에 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