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푸른 빛으로 잠들다

창포49 2016. 6. 11. 21:22

            푸른 빛으로 잠들다 / 수메르 꽃향기가 사라지자 바람은 어디론가 한 계절을 끌고 간다 세월을 향한 고뇌도 없이 끝내 빛이 되지 못한 그림자들 믿음은 시간의 간극에 따라 변신을 거듭하고 비어 있어 그나마 여유로운 경지에 의식은 늘 굼뜬 무의식을 다스린다 치유될 수 없어 존재하는 것들 사이 결국 명시된 진리란 없는 것이어서 아무도 서로의 아픔을 말하지 않고 살아 있음으로 기꺼이 감내해야 했던 추렴들 이미 변방으로 추방당한 논객인 양 무형한 결절(結節)이 차라리 희망 같아라 생이란 홀로 선 깃발 아래 그저 적당히 낡은 모습으로 스러져갈 뿐 여물지 못한 번식의 땅 위로 집요하게 밀착된 삶의 내력과 뒤엉킨 여정이 한 줄로 나열되어도 스스로 품계를 이루지 못하는 것 중음(中陰)을 맴돌듯이 누군가 머물렀던 일몰의 고비에서 잃어버린 것을 다시 동경하지 않으니 모든 기별을 뒤로한 채 문밖을 나서는 발길처럼 화려한 치장이나 결실도 없이 그리운 세상이 푸른 빛으로 잠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