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서울 '최고령' 삼청동 등나무 900살…"오래된 나무는 문화재"(종합)

창포49 2016. 4. 24. 19:07

서울 '최고령' 삼청동 등나무 900살…"오래된 나무는 문화재"(종합)

           



중구 회현동의 475년 된 은행나무 [서울시 제공]

서울시, 212그루 보호수로 지정…매년 4억여원 예산 투입해 관리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 안에는 900년 된 등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이 나무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추정되며 생물학적 보존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뿌리 둘레가 2.42m에 달하는 이 등나무는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곳에 자라고 있어 보존이 잘 이뤄졌다.

창덕궁의 700년 된 향나무도 역사성을 인정받아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다. 조선 후기 궁궐의 배치도를 그린 동궐도에도 이 향나무가 등장한다.

서울에는 수백 년의 역사성을 인정받아 총리 공관 등나무처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가 11그루 있고, 시 보호수로 지정돼 관리되는 나무도 212그루에 달한다.

식목일을 맞아 전국에서 수많은 나무가 심어지고 있지만, 어린나무를 새로 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수백 년 된 나무를 보호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고목, 사연 있는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산림보호법 제13조에 따라 보호수 212그루를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서 보호수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나무의 수령은 많게는 800년에서 적게는 60년이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보호수는 서울 도봉구 방학동 연산군 묘 앞에 있는 은행나무다. 25m 높이에 둘레가 10.7m에 달하는 이 은행나무는 수령이 830년이다.

금천구 시흥동에도 수령이 830년인 은행나무 3그루가 있고 서초구 서초동에는 830년 된 향나무가 있다. 이들 나무의 높이는 9∼18m다.


중구 정동의 825년 된 회화나무 [서울시 제공]

중구 정동에는 825년 된 회화나무가, 강남구 도곡동에는 730년 된 느티나무가 있다.

서울 시내 보호수 중 가장 어린나무는 서대문구 현저동 구의회 앞의 60년 된 위성류 나무다. 시는 현저동의 위성류 나무가 보통의 위성류 나무보다 수형이 크고 모양이 특이해 어린 나이에도 보호수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느티나무가 전체 보호수 212그루 중 103그루로 가장 많고, 은행나무가 48그루로 뒤를 이었다. 소나무는 7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됐다.

지역별로는 종로구에 보호수 30그루가 있어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서초구(25그루), 용산구(19그루), 마포구(15그루), 중구(14그루) 순이었다.

보호수들은 오래된 나이 만큼 사연이나 전설 등을 지닌 경우가 많다.

용산구 한남동 한강 변에 515년 된 느티나무는 무속인들 사이에서 '민비성황당'이라 불리며 용궁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임진왜란 때 7년간 군대를 지휘해 행주대첩의 승리를 거둔 권율 장군의 종로구 행촌동 집터에는 420년 된 은행나무가 있다.

이 은행나무는 굵은 나무줄기가 하늘을 떠받치듯 곧게 자라고 있어 기골이 장대한 권율 장군의 기상을 보여준다고 평가받는다.

종로구 신영동의 510년 된 느티나무는 임진왜란 때 의병들이 나무 밑에서 활 쏘는 연습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종로구 연지동의 515년 된 회화나무는 1919년 3·1 운동 당시 애국부인회가 일본 경찰의 눈을 피해 태극기와 비밀문서 등을 숨긴 곳이다.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의 등나무

   애국부인회는 당시 국사 교재, 비밀문서 등을 나무의 큰 구멍에 숨겨 위험한 고비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212종의 보호수를 보호하기 위해 매년 4억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한다. 지난해에는 4억원의 예산을 사용했고 올해는 4억 8천700만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예산은 수간주사, 엽면시비(비료를 잎에 뿌려주는 것), 수형 조정 등 보호수 생육환경 개선 및 주변 정비에 사용된다.

서울시는 나무가 사유지에 있을 때 시가 보호수로 지정하고 관리하는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유지에 보호수 대상이 있으면 사유지를 매입해 직접 관리하고자 하지만 토지 보상과 예산 한계로 모든 나무를 보호수로 관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호수로 지정해도 시민들이 가지를 꺾거나 구멍을 내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며 "보호수를 보호해야 할 문화재라는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