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바 위 / 유치환(柳致環)

창포49 2015. 11. 27. 17:58

 

 

바 위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깍이는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흐르는 구름

먼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 詩人  유치환(柳致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