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간밤에 부던 바람에 - 정민교(鄭敏僑)
창포49
2014. 5. 9. 18:20
시조의 향기
- 간밤에 부던 바람에 - 정민교(鄭敏僑) 간밤에 부던 바람에 만정도화 다 지 지거다 아이는 비를 들고 쓸오려 하는고야 낙환(落花)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슴하리요지난밤 불던 바람에 뜰에 가득 피어 있던 아름다운 복숭아꽃이 다 떨어져 버렸다. 철 모르는 아이 놈은 비를 들고 그것을 다 쓸어 버리려고 하는구나. 아서라, 떨어진 꽃인들 꽃이 아니냐. 구태여 쓸어 무엇하겠느냐. 그냥 두고 보는 것이 더 풍취 있는 일이 아니냐. 자연을 즐길 줄 아는 사람, 멋을 아는 사람은 낙화나 낙엽, 또는 겨울에 내린 첫눈 따위를 박박 쓸어 버리지 않는 법이다. 박박 쓸어 버린다고 해서 깨끗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런 사람은 무슨 고정 관념에 단단히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다. 그 고정 관념, 그 선입관, 그 `작은 나`를 떨어 버릴 줄 모르는 사람은 마음에 `집착`이 있는 사람, 마음을 바꿀 수 없는 사람, `작은 나`에 사는 사람이다. 뜰을 벌겋게 덮은 `만정 낙화`. 그것의 아름다움을 즐길 줄 아는 사람. 그것을 쓸어 내는 것을 말리기까지 할 경지라면, 그는 확실히 멋을 알고, 풍류를 즐길 수 있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은 사람임이 분명하다. * 만정도화(滿庭桃花); 뜰에 가득히 피어 있는 복숭아꽃. 쓸오려: `쓸려`의 아어형. * 정민교(鄭敏僑1697~1731): 호 한경자(寒卿子), 한계(寒溪). 조선 숙종 때 청구영언(靑丘永言)의 서문을 쓴 정내교(鄭來僑)의 아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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