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 지기 전에.....
<목련>
류시화
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 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를 키웠다
목련나무 줄기는 뿌리로부터 꽃물을 밀어올리고
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나는 버릴 수 있었지만
차마 나를 버리진 못했다
목련이 필 때쯤이면
내 병은 습관적으로 깊어지고
꿈에서마저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흰 새의 날개들이 나무를 떠나듯
그렇게 목련의 흰 꽃잎들이
내 마음을 지나 땅에 묻힐 때
삶이 허무한 것을 전작에 알았지만
나는 등을 돌리고 서서
푸르른 하늘에 또 눈물을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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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4월에나 피기 때문에
목련하면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라는
박목월 작사, 김순애 작곡의 '사월의 노래'와 함께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생각나는 꽃이지만
이곳 남가주에서는 1월이 되면 목련 꽃이 피기 시작하여
2월이 되면 벌써 져버린답니다.
목련 중에서 자목련은 그리 흔하지 않은 꽃인데
며칠 전 아침에 목련꽃을 만났습니다. 그것도 자목련을...
벌써 꽃잎이 지기 시작하고 꽃잎새에 파란 잎들이 돋아 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목련이 필 무렵이면 언제나 설날 즈음인지라
목련꽃을 무척이나 좋아하시던 친정어머니가 더욱 그리워집니다.
설날... 잘 지내셨지요?
첼로가
체코를 대표하는 안토닌 드볼작(Antonin Dvorak, 1841-1904)의
슬라브 무곡 제2집인 Op. 72 중에서 No. 2 in E minor입니다.
첼리스트 요요 마와 바이올리니스트 이작 펄만의 협연입니다.
지휘는 세이지 오자와...
일본인으로 흐트러진 흰머리, 터틀넥 셔츠에 정장...ㅎㅎ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가 가고 나니 다음은 누구가 될까...
세이지 오자와 (1935 - )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니 좀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드볼작의 슬라브 무곡은 브람스의 항가리 무곡에 영향을 받아서
4손을 위한 피아노곡으로 작곡되었지만
나중에 오케스트라 곡으로도 편곡되어 출판되었습니다.
프라하에 가면 길 가에서나 어느 카페에서나 드볼작의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고
드볼작 박물관, 동상, 연주홀 등등 그를 기념하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이 있는한 이 세상은 살 만한 세상이 아닐까...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