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ethoven, String Quart No.16 Op.135

베토벤 현악 4중주 16번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Hagen Quartet
Lukas Hagen, 1st violin
Rainer Schmidt, 2nd violin
Veronika Hagen, viola
Clemens Hagen, cello
2000.01.26
베토벤의 현악 4중주 중 마지막 작품일 뿐만 아니라 모든 장르를 통틀어 작곡가의 최후 작품이다(이후 작곡된 곡은 ‘대 푸가’를 대신한 현악 4중주 13번의 마지막 악장뿐이다). 1826년 봄, 이 작품을 이미 구상하고 있었던 베토벤은 1826년 7월에 착수해서 10월에 완성했다. 그가 사망하기 5개월 전이다. 1826년 베토벤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7월에는 빗나간 조카 카를이 권총으로 자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9월에는 동생 요한의 권유로 그나이젠도르프로 가서 작곡을 했다. 경치 좋은 곳에서 산책도 하며 지냈지만 갖가지 병은 베토벤의 건강을 좀먹고 있었다. 수종이 생기고 식욕이 감퇴된 베토벤은 우울하게 지낼 때가 많아졌다. 그러다 빈으로 돌아올 때 베토벤은 폐렴에 걸렸다. 이 병이 결국 사망으로 이어졌다. 1827년 3월 26일 세상을 떠난 베토벤의 사인은 간경변이었다.

‘그래야만 할까?’ ‘그래야만 한다!
이 작품에서 베토벤은 그간 6악장(13번), 7악장, 5악장 형식에 이어 고전적인 4악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음악은 중후하지만, 예상 외로 전반적으로 매우 밝고, 이것이 마지막 작품인가 느껴질 때도 있다. 불굴의 투지보다는 맑고 투명한 깨달음의 경지가 있다. 밝은 해방감, 깊은 정신성, 종교적인 정화 등을 보여주는 남다른 곡이다. 마지막 악장에 ‘괴로워하다 힘들게 내린 결심’(Der Schwergefasste Entschluss), ‘그래야만 할까’(Muss es sein)?,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란 말이 기록돼 이 작품에 신비한 기운을 드리우고 있다. ▶현악 4중주 16번은 거장의 마지막 음악적 영감이 담겨 있는 곡이다
이 글이 뜻하는 바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억측이 있다. 가정부의 급여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라는 설이 있고, 베토벤이 1826년 4월에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의 알레그로 동기를 사용해서 카논을 작곡하고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음악애호가 뎀프셔가 베토벤의 현악 4중주 13번 Op.130의 파트보를 빌려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대가로 50굴덴을 지불하라는 베토벤의 말에 뎀프셔가 웃으며 “그렇지 않으면 안 되는가?” 했다고 한다. 말을 전해들은 베토벤도 크게 웃으며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 희생의 대가를 치러라”라는 가사를 붙였다. 현악 4중주 16번 4악장의 첫 부분과 이 카논의 작곡 시기가 같은 무렵으로 보이지만, 카논의 동기를 처음부터 4중주곡에 쓸 예정이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어쩌면 그는 이 작품을 쓰면서 어느 정도 자신의 장래를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남겨진 생명이 별로 길지 않다는 것을 예감하면서 이 곡을 쓴 것이 아닐까? 중후한 3악장은 아무래도 그 깊이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르다. ‘그동안 괴로운 일도 많았다. 그러나 그럭저럭 충실한 인생이었다’고 베토벤은 생각했을 것 같다. 4악장은 밝다. 마지막 힘을 다해 눈부신 세상을 그리는 듯하다. ‘구원’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만년의 베토벤이 느끼던 것들, 악성 베토벤이 마지막으로 도달한 경지가 여기 있다.
Borodin Quartet - Beethoven, String Quartet No.16 in F major
Ruben Aharonian, 1st violin
Andrei Abramenkov, 2nd violin
Igor Naidin, viola
Valentin Berlinsky, cello
20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