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후일(後日) - 김소월
먼 후일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때에 잊었노라
먼 후일 - 오세영
먼 항구에 배를 대듯이
나 이제 아무데서나
쉬어야겠다
동백꽃 없어도 좋으리
해당화 없어도 좋으리
흐린 수평선 너머 아득한 봄 하늘 다시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면
먼 항구에 배를 대듯이
나 이제 아무나와
그리움 풀어야겠다
갈매기 없어도 좋으리
동박새 없어도 좋으리
은빛 가물거리는 파도 너머 지는 노을 다시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면
가까운 포구가 아니라
먼 항구에 배를 대듯이
먼 후일 먼 하늘에 배를 대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