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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ng Zhengjie 俸正杰 (b 1968~)
꿈에 나올까 무서운 귀신같은 표정의 요사스런 여인들을 보고 있노라면
왜 이런 그림들을 그리는지, 그것을 통해 이야기하고자하는 바가 무엇인지,
혹.. 작가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작가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긍정적이며 진중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의 삶도 비록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기는 했지만, 심각한 시련의 시기도 없었으며
고등학교, 대학교를 수석 졸업한 나무랄데 없는 모범생이었다.
중국의 정치적 팝, 냉소적 팝 스타일의 대표적 작가라고 할수 있는 펑정지에 그는 작품속에 중국의 역사와 오늘날 시대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했으며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잘 드러낸 위 <중국초상> 시리즈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1989년 천안문 사건 당시 쓰촨미술대 학생이었던 펑정지에는
1990년 이후 폭발적인 경제 발전을 이룬 중국 사회가
문자 중심에서 이미지 위주 시대로 옮겨가고 있음을 간파했다.
또한 사회는 말초적이고 향락적인 대중문화를 무서운 속도로 흡수하고 있었다.
천안문 사건을 계기로 중국이 처한 사회현실에 눈을 뜨게 된 그는
시장경제하의 사회주의라는 모순된 개방정책 속에서 소비사회로 돌진한
중국인들이 정신적, 문화적으로 공허해진 상황을 줄곧 작품의 주제로 삼았다.

우스꽝스러울만큼 조잡하고 유치하다는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낭만여정"이라는 시리즈 작품 중 하나다.
조잡한 옛날 광고지나 이발소 그림에서나 나올법한 그림속의 연인들은
개방된 세상에 대한 호기심, 그 세상의 눈부심과 찬란함때문에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는듯하다.

펑정지에는 웨딩샵에서 신혼부부들이 카메라 앞에서
표본화하고 표피적인 감정표현을 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런 모습들을 관찰하면서 나온 낭만 시리즈는 상업화에 물들어
그에 부합하는 획일적이고 허무한 유행을 마치 이전 전체주의적 요구처럼
그대로 따라하는 중국인의 모습을 풍자한 그림이다.

분칠한 것처럼 하얗게 화장한 여인들의 거대한 초상화는 섬뜩한 느낌을 준다.
하얀 동공 속 점처럼 작은 눈동자들은 하나같이 바깥쪽으로 쏠려있고,
입술은 탐욕스러울 만큼 붉고 크다.
제목은 '중국 초상'이지만 그림속의 화려한 여인은
국적을 알수 없을 만큼 개성이나 정체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림속의 여인을 확실히 중국인으로 만드는 것은 강렬한 빨강과 초록색의 조합이다.

두 색은 중국의 가장 전통적인 색이기도 하지만,
물질문화를 상징하는 화려한 간판의 색깔이기도 하다.
주제를 잘 전달하기 위해 전통의 색을 더욱 눈에 띄게 사용한 것이다.
레드와 그린의 강렬한 대비, 붉은 입술과 돌아간 사시눈 등으로
빠른 경제 성장과 급격한 자본주의의 유입으로 겉은 화려하지만
내실은 다져지지 않은 중국인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그림속의 미녀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매혹적이고 눈부시며 화려해져가고 있다.
하지만 감각적이고 매혹적인 외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괴이하게 돌아간 사시 눈동자로 인해 아름다움의 균형은 일순간에 무너진다
이는 향락적 대중문화의 과도함이 결국은 '패닉'과 '그로테스크'로 결론지어질 수 있다는
작가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펑정지에는 정치적 사상적 욕구를 억압하고 경제적 성공으로 돌진하는
중국사회에 몰아친 향락적인 대중문화의 모순과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 많은 곳에서 공감을 느낄 수도 있어보인다.

얼마전 부산저축은행장 아들이 갤러리 운영을 위해 미술품 23점을 담보로
362억원을 불법으로 대출해준 것이 알려져 커다란 파장이 있었다.
그 안에는 펑정지에의 작품들도 있었다.

배금주의와 말초적이고 향락적인 소비문화에 함몰된 사회
정신이 물질을 따르지 못하는 괴리,
이건 결코 중국만의 애기가 아니라
세계 보편적인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은 눈동자가 사라진 기이하도록 그로테스크한 미녀들의 모습,
아주 깊은 패닉 상태에 바진 듯한 미녀들의 초상은
현대인들의 영혼이 사라진 얼굴 풍경이다
글참조 : 이보연님의 " 이슈,중국 현대미술" & 기사


















2012 / 04 / 20 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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